-
토론토에서 렌트 구하기 - 운명 편경험 2024. 3. 23. 09:11
수많은 거절을 받다 보니, 그에 대한 충격은 충격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 버렸다. 이제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나마 한국인과의 개인 거래는 조금은 느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다음 카페 캐스모를 꾸준히 들락날락하던 중 2 베드룸 콘도가 나왔다. 그 집에 3/17로 쇼잉 예약을 하고, 이 집과 3/8에 쇼잉 했던 집(한국인 집주인)을 마지막 보루로 삼기로 한다.
이제는 원래 원했던 리치몬드힐이나 쏜힐 지역은 포기하고 다른 지역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리얼터 분께 노스욕 지역을 봐달라고 말씀드리고, 나는 VMC 지역에 새로운 콘도들이 많이 들어서서 매물도 많기에 그쪽을 훑었다. 금요일 밤이 참으로 피곤했다.
16일 토요일 오전에는 핀치역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꺼내 들고 앉았다. 전날밤 VMC 지역 리스트 정리한 것과 리얼터가 보내준 리스트를 훑어보기 위해서였다. 용과 페이스타임을 하면서 긴긴 얘기를 통해서 4개로 추려냈고, 리얼터에게 전달했다.
그 와중에 조금 더 우리의 조건을 호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서, 캐나다 계좌에 돈을 좀 넣어 두고 그것으로 잔고 증명을 더 하기로 했다. 그러니 6개월 선납에 1년 치 잔고증명을 하려고 준비를 한 셈이다.
우리 쪽 리얼터는 또 네 군데 집의 리스팅 에이전트와 통화를 해 주셨고 (원인은 기억이 안 나는데) 2군데만 쇼잉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날아온 희소식. 한 집이 주인이 한국분이신데, 우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는 것이다. - 아마 한국인 세입자를 기다린 듯하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는데, 이 집 쇼잉 예약을 16일 토요일에 했는데, 15일 금요일에 렌트가 $300이나 다운된 것. 사실 원래 금액이 좀 과했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3월 17일, 캐스모에서 예약했던 집을 먼저 보러 갔는데, 2베드 1 배스인데 집이 예상보다는 작고 그 집에 고양이가 3마리나 있어 서둘러 집을 둘러보고 나왔다. 마음이 들지 않아서 좀 실망했다. 한편으로는 잘되었다 싶었다. 이 집을 쉽게 포기하고 다음 집이 마음에 들면 바로 진행하면 되니까.
그리고 오후에 리얼터와 함께 쇼잉을 두 군데를 갔는데, 사실 한 군데는 그냥 한 번 보는 것이었고 우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한국인 주인의 집이 중요했다. 오전에 봤던 집보다 마음에 들면 바로 오퍼를 넣으리라 결심을 했기에 둘러보고 바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마음은 부풀어 있었지만 확정할 수는 없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다독였다.
발 빠르게 움직여 집에 오자마자 바로 오퍼를 넣기 위한 서류를 보냈다.
Employment Letter
Pay Stub
Credit Record (Equifax)
Bank Screenshots
Photo ID
이날 (3월 17일) 저녁 오퍼를 넣었다. 오퍼는 DigiSign을 통해 전자적으로 사인을 했고, 내용에는
representative 선임에 관한 것
Rental appilcation
Residential Tenancy Agreement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나와 용이 사인을 하여 랜드로드 측에 전달했다.
3월 18일 저녁 집주인이 우리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랜드로드 인터뷰인 것이다. 줌으로 만났고, 우리로서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자리였지만 어쩔 수 없는 절차라 생각하고 진행했다. 그래도 집주인 분들이 좋으신 분들 같아 보여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리고 이 날 저녁 8시경 드디어 우리의 오퍼가 받아들여지고 랜드로드의 사인이 담긴 계약서가 손에 들어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퍼가 받아들여지고 24시간 안에 첫 달과 마지막달 - 2달치의 렌트비를 리스팅 에이전트 회사에 뱅크 드래프트로 전달해야 했다. 계약금과 비슷한 의미로 이것이 완료되어야 계약이 성사됐다고 보는 것 같았다.
3월 19일 화요일, 출근해서 양해를 구하고 점심시간에 일을 처리하기 위해 나왔다. 내가 이용하는 은행에서 뱅크 드래프트를 끊고, 에이전트 회사가 이용하는 RBC로 가서 그대로 디파짓 하면 끝. 뱅크 드래프트 수수료($9.95)까지 내어가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RBC에서 디파짓을 하는데 왜인지 그 할머니 텔러에게 난 BC에서 왔고 이건 토론토에서의 내 첫 렌트홈이란 말을 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일어날 때 할머니가 Good luck with everything 하며 환하게 웃어주는데, 그제야 하아.. 이제 이곳에 내 집이 생기는구나, 나와 내 가족이 오순도순 살 집이 생겼구나 싶어 마음이 확 놓였다.
3월 20일 거의 마지막 순서인 테넌트 보험을 가입했다. Square One이라는 회사에서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가능했고, 지금 집에 들고 있는 보험과 비슷한 보장내역에 비슷한 비용이 나와서 그대로 진행했다.
이제 남은 건 입주를 위한 키를 받고, 집 인스펙션.. 이때 나는 나머지 10달치의 렌트비에 대한 체크와 키 디파짓에 대한 체크를 준비해 가야 한다. 그다음엔 4월 1일 입주, 가족들이 오고, 짐이 들어오고... 우리들의 진짜 토론토 라이프 시작!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혼 이후 거쳐간 집이 수지에 하나, 염창동에 하나, 코퀴틀람에 넷, 이번에 토론토에 하나, 총 일곱 개나 된다. 매번 집 구하면서 쉽게 구해진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그러다가도 우리 집은 어디선가 운명처럼 나타났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 집은 어딘가에는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그래도 유난히 참 더 어려웠다. 혼자여서도 그렇고, 생판 아무도 아무것도 모르는 곳이어서도 그렇고, 시간도 촉박했고, 너무나 올라버린 월세, 랜드로드의 빡빡한 기준, 그것들을 일반화시킨 사회 분위기 등등등......... 각자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다 만나자라는 생각으로 버텼고, 이번에도 우리 집은 있었다. 이 집에서도 늘 그랬던 것처럼 웃음과 희망이 꽃피우고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2024년 3월 22일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론토에서 렌트 구하기 - 쇼잉 편 (2) 2024.03.22 GTA 리치몬드힐 임장 (2) (3) 2024.03.04 GTA 리치몬드힐 임장 (1) (4) 2024.03.04 GTA 대중교통 monthly pass (5) 2024.03.03 Lynx Air 지연 보상 가능할까? (1)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