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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서 렌트 구하기 - 쇼잉 편경험 2024. 3. 22. 13:05
해피엔딩이라는 걸 알고서야 쓸 수 있게 된 토론토에서 렌트 구하기, 쇼잉 편
토론토에서는 밴쿠버 지역과는 달리 렌트를 구하는 입장에서도 리얼터(real estate agent)를 끼고 렌트를 찾는다고 한다.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직접 연락해서 집을 보는 경우도 있다는 글을 봐서 직접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이메일이어서 그랬을지도) 하여간 옆방 분의 소개로 알게 된 리얼터 분과 집 구하기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3월 1일
내가 원하는 지역과 원하는 집의 형태(방은 몇 개, 주차여부 등등)를 알려드리면 리얼터가 적당해 보이는 집을 찾아 리스트를 보내주기도 하고, 내가 열심히 손가락 품을 팔아 맘에 드는 집들을 찾기도 해서, 그 둘을 조합해 쇼잉을 다녔다.
3월 4일 첫 쇼잉에 나섰다. 퇴근을 하고서 4개의 집을 도는라 꽤 시간이 걸렸었다.
나중에 리얼터분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처음 보게 된 4개의 집은 내가 어느 지역에 어떤 집들을 보고 있는지 알려드리고자 했던 것도 있었고, 이렇게 한 번에 모든 집을 다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해서 본의 아니게 좀 무리한 부탁을 했던 건 아니었나 싶었다.
첫 번째 집은 오래된 콘도여도 넓은 게 마음에 들었고, 관리만 잘 되고 있다면 조금 낡은 것쯤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심한 담배 냄새.. 이걸 참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패스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2600에 올라온 집이 $2800에 계약이 된 걸 보면, 담배 냄새는 일시적인 것이었으려나 싶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콘도는 보통 노스모킹 빌딩이라고 명시되어 있을 텐데 누군가 - 자기 집 안에서라도 -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건 언제든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잘 피했다고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본 집은 위치도 괜찮았고, 생각보다 집도 넓어서 4개 집 본 중에 제일 낫다 싶었는데 다음날 바로 렌트 나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쏜힐에 있는 집은 마침 집주인이 있어서 그 사람이 이것저것 묻고 나는 대답을 했다.. 근데 이건 정말 잡 인터뷰도 아니고.. 그 당시에는 당당하게 물어오니 성실히 대답을 하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것이 집주인과의 인터뷰였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맘에 든다 계약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너무 한 것 아니었나 싶다. 이 집은 현재도 리스팅 되어 있고 렌트는 $50 다운되어 있다. 😜 마지막집은 스택트 타운하우스였는데, 위치도 너무 멀고 집도 너무 지저분해서 바로 패스.
근데 사실 이때, 세 번째 집주인에게 정신적 데미지를 입은 건 사실이다. 안 그래도 리얼터 분이 4인가족이 싱글인컴으로 이 정도 렌트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렌트비를 줄여줄 생각은 없다) 아마 선납을 해야 할 수 있다 그랬었는데, 그때 당시의 난 리얼터의 말에 현실감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집주인만 있으랴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런 압박 면접 후에, 이 집주인이 지난번에는 이란에서 온 가족에게서 1년 치를 먼저 받았다는 말을 은근히 흘리는 것이 아닌가... 😡🤬
1차 쇼잉이 큰 소득 없이 끝나고 서둘러 다음 쇼잉을 잡았다. 3월 8일
리치몬드힐 동네가 맘에 들어서, 그쪽으로 두 군데 선정해서 쇼잉을 했다. 첫 번째 집은 좀 작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굉장히 작아서 4인 가족이 살기는 버거워 보였다. 600 sqft 초반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두 번째 집은 첫번째 집 보다는 크고 구조도 괜찮고 천장이 높아 시원했고 첫 입주라 새집인 것도 좋았지만, 바로 옆에 사과도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에 콘도를 짓고 있었다. 스트럭쳐는 다 만들어지고 인테리어 익스테리어만 남아 보였고 그럼 6개월 안에 입주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프라이버시가 아주 없는 집이 될 것이라 망설여 졌다.
마음이 좀 급해진 나는 이날 두번째 집에 application을 넣어볼까 하는 말을 꺼냈는데, 리얼터가 이걸 넣으면 다른 집을 못 보니 좀 더 보고 결정하자고 해 주었다. 이것도 나중에야 확실히 알았지만 밴쿠버 쪽과 다른 것인데, 밴쿠버에서는 application은 내 정보를 알려주고 관심이 있다는 표현하는 것이라 랜드로드가 accept 한다고 해도 내가 취소할 기회가 한 번은 있지만, 여기서는 application이 아니라 offer를 보내고 랜드로드가 승낙하면서 계약서 싸인 백을 하는 순서이기 때문에 (offer를 보낼 때 lease agreement에 테넌트 사인을 해서 보냄) 취소할 수 없는 것이라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긴 했다. 물론, 랜드로드가 accept 하지 않고 나도 철회하고 싶었으면 상관 없겠지만, 잘 되는 경우 오퍼를 보내고 집주인의 싸인백을 받는 것이 하루, 이틀 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사이에 다른 집을 보고 철회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주말 동안 정말 계속 집만 보러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들락날락.. 토론토 미드타운까지 내려갔다가 동으로 서로 진짜 많은 집을 봤었는데 딱히 쇼잉을 하고 싶은 집이 많지는 않아서 세 번째 쇼잉을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시간은 가고 마음은 급해졌다. 마음에 들었었던, 첫 번째 쇼잉의 두 번째 집과 같은 콘도의 다른 유닛이 매물로 나와서 그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이때 어느 정도 마음을 먹고 갔었다. 그래서 최대 6개월까지 선납을 하겠다는 결심도 했었고, 집 상태가 엉망만 아니면 진행하는 걸로 하자고..
3월 12일, 집을 보러 들어갔는데 아직 테넌트가 살고 있었고 한국인이었다.ㅎㅎ 집주인도 한국인일 가능성, 아니더라도 한국인 세입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서 됐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집에도 큰 문제없어 보였기 때문에 바로 진행하자고 나왔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신나게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리얼터 분이 전화가 와서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연락해보니 이미 계약서 사인을 했단다.. 리스팅 된 지 5일 만이었다. 하아.. 전화받고 충격받아서 버스 내릴 곳도 놓치고.. 반대방향 버스를 다시 타야 하는데, 하필 왜 소방차가 한 15대는 와서 완전히 교통 통제... 😱
이 다음부터는 리얼터분이 작전을 바꿔서 쇼잉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팅 에이전트랑 먼저 통화해서 집이 나갔는지, 4인 가족을 받을 것인지, 싱글인컴, 재정증명 등 우리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는 것으로 했다. 그랬더니, 정말 쇼잉할 수 있는 집이 확 줄어들었다. 아니, 없었다.
이미 렌트가 나간 집, 3인까지만 들어올 수 있다는 집, 6개월 선납을 해도 6개월 이상의 재정증명을 하라는 집, 한국의 자금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집, 연락을 안 받는 집 등등 이렇게 떠나보낸 집이 3월 13일에 셋, 14일에 둘, 15일에 셋. 이렇게 8개를 모두 보지도 못한 채 문전박대 당하듯 거절을 당하고 나니 이제는 4월 1일 자로 집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 대한 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현실에 우리는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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